시사/두루 두루

공화정 프리메이슨 과 독재군주 스티브 잡스/ 아프로만

노하우업 2011. 3. 15. 20:45

멤버쉽 공화국의 원로원, 엘리트 멤버쉽 '프리메이슨' 의 나라 미국

프롤로그 :  아프로만 /   2010-05-01

 

미국은 정부의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기업(산업)활동을 보장하는 '신세계' 로 건설되었다.

고로 미국의 주인은 국민이 아니라 기업이다.

 

그런데, 관리라는 <판짜기>는 어떤 체제이든지 있게 마련이다. '판짜기'를 정부가 아닌 기업실세들이 하는 나라가 미국인 것이다. 이것이 국가의 간섭도 받지 않는 자유조직 = '프리 메이슨' 실체이다.

 

'프리 메이슨'의 나라 미국은, 그러므로 (표준을 정하는) 엘리트 지배적 멤버쉽'으로 건국한 나라이다.

 

 

 

▼ 그림: 프리메이슨의 심벌 '자와 컴파스' (= '표준' 을 지배하는 계측도구)

1달러 지폐 앞면 조지 워싱턴 (프리메이슨 멤버), 뒷면 일루미너티의 눈( Eye: 프리메이슨의 상징)

   

  

이를테면 예를 들어보자, 냄비포트 표준을 정하는 데에도 유럽과 미국은 극명하게 대비된다.

 

** 영국표준 (=BIS규격표준) 을 포함한 유럽의 표준규격은? 냄비(Pot) 지름 과 높이 를 정한다. <형태규격>이다. 형태를 정의함으로 해서 량(부피)은 자연적으로 표준화된다 (반지름제곱x3.14x높이= 용량:체적) 그래서 독일의 '휘슬러냄비' 의 제품규격은 형태표시에 충실하다.

 

** 그에 반해 미국의 표준( = 아메리칸 스텐다드) 은 유럽과 반대로다. 량을 정하는 <용량규격> 이다. 1쿼트, 4쿼트(1갤런)짜리 냄비 이렇게 통용된다. 고로 4쿼트 정량이기만 하면 그 냄비(Pot)의 형태가 납작 형태건 높은 형태건 규정위반이 아니다. 형태가 어떠하건 량(부피)만 정량이면 된다 = 이른바 <실용정신>이다. 얼핏 들으면 그럴듯하다

 

그러나 실제 부엌에서 미국 주부들이 사용하는 4쿼트 냄비포트 지름이 제 각각일까? 천만에 말씀, 일정하다. 그렇다면 누군가가 그 일정한 형태를 정했다는 얘기다. 누가 정했을 까? 유럽처럼 표준협회가 있나?

 

아니다 볼라스(Vollrath) 같은 시장지배적 기업이 정했다. 볼라스 냄비가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면 그게 그냥 <표준>이 된다. 다른 회사 냄비를 볼라스 냄비에 겹쳐서 포개지지 않으면 그것은 곧 <비 표준> 냄비가 된다. 이것이 <아메리칸 스텐다드> 의 실체다.

 

국가표준조차도 국가의 간섭 없이 시장지배적 기업들간에 <멤버쉽>으로 정하는 나라 그게 미국이다.

 

기업공화국 = 국가의 간섭을 받지 않는, 막강한 시장 지배자들 = <원로원> 의 멤버쉽 엘리트 집단, 이것이 '프리 메이슨'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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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일보, [긴급진단]  스티브 잡스 : '자본주의 공화국'의 카이사르

문화불패 :  아외로워  /  2010.4.19.월요일

 

원문 링크: http://www.ddanzi.com/news/14193.html

 

 

내가 썼던 아이패드에 대한 글이 딴지 메인에 갔다. 그 글 추천수가 90을 넘기면서 은근히 메인에 가길 기대 했었는데, 막상 진짜 가니까 너무나도 부끄러웠다. 그 글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알고 있었던 것은 누구보다도 나였으니까.(그래도 재미있게 읽어주신 분들 진짜진짜 고맙다) 그래도 아이패드 및 스티브 잡스 떡밥이 아직 썩지 않았음을 확인하는 계기는 되지 않았나.

 

그런데 내가 또다시 애플을 걸고넘어지는 것은 글을 읽으신 분들 중 일부가 나를 ‘아이까’ 라고 생각하고 계신 듯해서이다. 그러나 나는 애플까가 아니며, 오히려 스티브 잡스를 범접하기조차 어려운 머나먼 롤모델로 생각하고 있다. 애플의 미래가 어두울 것 같다는 것과, 그 회사와 그 회사 사장이 마음에 안든다 라는 것은 전혀 상관없는 문제다. 그래서 이번에는 스티브 잡스에 대한 나의 빠심을 나의 언어를 사용해서 써볼까 한다. 이번에는 변신같다는 소리 안듣게 잘 써야겠다.

 

그리고 이 글은 아이패드 떡밥 같은 특정 영역에 관한 것이 아니라 스티브 잡스가 세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매우 포괄적인 글이다. 스티브 잡스 이야기는 마지막에 살짝 나온다. 저번 글과 같은 알콩달콩한 이야기를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도....

 

 

자본주의 공화국?

 

혹시 '공화정(共和制)' 이라는 말의 어원이 뭔지 아시는가? 서양의 언어 뤼퍼블릭의 번역으로 공화 라는 말을 쓰지만 그 단어 자체의 어원은 중국의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

 

  

 

머나먼 옛날 중국 주나라에 여왕(?)이라는 또라이새끼가 있었다. 근데 이새끼는 백성들이 지한테 왈가왈부 하는 게 존나 맘에 안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뭐라 씨부리는 백성을 잡아 죽이다 보니까 마침내 나라가 조용해 지니, '드뎌 나라가 조용해 졌삼' 하고 막 좋아했다. 누구랑 비슷한 느낌이 좀 들지 않는가? 근데 백성들이 드디어 들고 일어나서 이섀키를 잡아다 죽인거다. 주나라에 왕이 없어진 것인데, 왕은 없어도 나라는 유지돼야 하니 제후들이 모여서 함께 정치를 했다나 어쨌다나. 그래서 그 시절을 공화시대 라고 한다더라는 이야기다. 그러니까 공화정이란 원래 왕 없이 주요 권력자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꾸려나가는 다두정치(多頭政治)인 것으로, 민주주의하고는 그 개념이 상당히 차이가 있는 거다.

 

스티브 잡스 이야기 한다면서 갑자기 왜 이런 소리를 하는지 의아해들 하시겠지만, 다 생각이 있어서 하는 거니까 일단 읽어놓으시길. 서양의 고대에도 이런 공화정 시대가 있었는데 그게 바로 로마 초기이다.

 

  

 

공화정이 알콩달콩 잘 돌아가다가 어느 순간 흔들리기 시작하는데, 그건 바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등장하면서 부터이다. 카이사르는 지가 공화정의 수호자인척 하고 ''이라는 이름을 쓰지 않아서 그렇지 결국 종신 임페라투스가 되면서 유럽 황제제도의 효시가 되지 않았나. 로마의 진시황 같은 놈인 거다. 근데 카이사르는 민중들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카이사르가 여러모로 근대의 독재자랑 비슷한 면도 없지 않아 있지만, 당시 정치 상황으로 볼 때 백성과 카이사르는 일종의 이익공동체였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즉 귀족세력에 맞선 게 카이사르고, 백성들 입장에서는 귀족 여럿한테 빨리는 것 보다 카이사르 한 명한테 빨리는 게 더 나았을 거다.

 

  

 

이런 상황은 동서양을 불문하고 존재했던 것 같다. 우리나라만 해도 정조가 노비제도를 없애려고 했다 한다. 난 책(홍재전선가 정조실록인가 기억이 안 난다) 읽으면서도 못 깨달았는데 김용옥 TV 나와서 말하는 거 보니까 이것도 조선의 귀족세력과 정조의 힘싸움이었다. 노비는 귀족들의 공짜 노동력인데 노비는 세금을 안낸다. 그니까 노비를 해방하는 것은 귀족세력을 약화시키고 조정의 재정을 안정시키는 것이었던 것이다. 백성들 입장에서도 양반 여럿한테 빨리는 것 보다는 왕 하나한테 빨리는 게 낫지 않았을까.

 

이상 귀족들의 기득권과, 그것을 깨뜨리기 위한 왕(황제)+백성의 연합세력 간의 갈등 구도를 유념하라고 헛소리를 지껄인 거다. , 내가 이후에 사용하는 '공화'라는 말은, 우리가 흔히 가지고 있는 '왠지 공평하고 분권적이고 아름다운 것 같은 체제'의 의미 보다는 '민초들 지갑 털어가는 권력자가 여러 놈인 체제'라는 의미가 더 강하다고 보면 될 거다.

 

눈치 빠른 횽아들은 내가 무슨 말 하고 싶어하는지 알지 않을까? 스티브 잡스는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공화국(즉 여러 세력에 의해 공동으로 다스려지는)의 카이사르같은 사람이 되려고 하고 있다. 황당한 소리 아닌가? 도대체 자본주의 공화국을 다스리는 주체는 뭘까? 그리고 어떤 면에서 스티브 잡스가 카이사르랑 닮았다는 것인가.

 

일단 나는 자본주의의 열렬한 신봉자라는 사실을 먼저 밝히고 싶다. 자본주의의 부작용은 익히 알고 있는 바이지만, 세상의 그 어떤 체제나 시스템도 60억에 달하는 인구를 먹여 살린 일이 없다. 그리고 그 60억 중 수십억은 과영양상태다.

 

  

 

조선중기에는 한반도 전체 인구가 칠백만이 넘지 않았지만 백성들은 굶어죽었다. 그런데 지금은 남한에만 오천만 명인데 그 누구라도 정말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굶어죽지는 않는다. 역사상 어느 시절에 인간이 이렇게 잘 처먹고 살았냐 이거다. 경제주체들이 좀만 더 정신 차리고 노력하면 자본주의의 부작용 따위 극복하고도 남을 거라는 게 나의 신앙인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자본주의라는 것이 경제학에서 정의하는 것처럼 이상적인 시장에서 이상적인 경쟁을 하는 곳이 아니라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결정적인 사건들은 지극히 안 자본주의적인 동기나 과정을 통해 발생하는 것이 너무나도 정상적이다. 유럽이 신대륙을 발견하거나 록펠러가 미국의 대자본을 수립하거나 미국이 슈퍼파워가 되거나 하는 사건들은 정부의 개입, 깡패질, 전쟁 같은, 경제학 책으로 정의할 수 없는 사건을 통해 이루어 진 것이다.

 

 

기업도 권력의 주체다

 

 

이사람들이 바로 로스차일드...

 

 

만약에 내 이름이 '아외로워 로스차일드' 라면 과연 공정한 시장에서 공정하게 경쟁하려고 할까? 미쳤다고 그러겠는가? 어떻게든 커넥션 만들고 판 짜고, 내 꼬붕들 나눠주고, 이탈자들 처단하고 하면서 태평성대 하려고 하겠지.

 

만약에 권력을 ‘이익을 얻는 일련의 시스템’ 이라고 정의한다면 기업은 그 어느 나라보다도 강력한 권력주체다. 지구를 움직이는 거대한 배후세력이 있네 없네 하는 음모론스러운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기업 역시 국가와 같은 권력의 주체라는 말을 하고 싶을 뿐이다. 피터 드러커는 ‘경영의 지배’ 라는 책을 썼다. 내가 지금 그 책 가지고 있지를 않아서(잘 쓰려고 한다더니 레퍼런스도 없이 또 이러고 있다) 자세한 것은 기억나지 않지만, 미래를 지배하는 것은 느리고, 경직되고, 분권적이고, 국경에 갇혀 있는 국가가 아니라 빠르고, 유연하고, 집권적이고, 국경에 구애받지 않는 기업이라는 요지였다.

 

  

 석유 메이져 계보

 

국가와 더불어 권력의 양대 주체인 기업이 국가에 비해 우위를 가지게 된다는 생각은 아주 쉽게 입증 될 수 있다. 과연 우리나라가 엑슨-모바일이나 쉘 같은 석유 메이저보다 강력하다고 말 할 수 있을까? 아니면 록히드 마틴이나 보잉 같은 방산업체는 어떤가. 하다못해 이제 겨우 세계적 기업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삼성에게도 좌지우지되는게 우리나라 아닌가.

 

국가는 기업들이 활동할 시장을 형성하고 지키며, 기업들이 그 안의 완전시장에서 공정하게 경쟁한다는 것은 애덤 스미스가 살았던 18세기 잉글랜드 이야기다. 그나마도 텍스트에나 존재하는 가상의 모델이다. 그 위대한 미국이라 하더라도 정부와 기업의 싸움은 일방적으로 진행된다. 정부에게는 기업을 규제 할 수 있는 능력도 있고 군대도 있다. 그러나 기업에게는 정부 자체를 구입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진행된 전쟁은 과연 미국 시민의 의지일까 아니면 정부를 구입한 기업들의 의지일까.

 

결론은 간단하다. 기업은 정부보다 강하다. 정부는 기업 권력의 경쟁자가 아니라 기업들이 공권력과 군사력과 법제력을 획득하는 수단이다. 사족을 달자면 진보의 역할은 정부를 기업으로부터 되찾아 국민들에게 되돌려주는 것이다. 나의 관점에 따르면 몇 명이서 이권을 갈라먹자는 경제적 공화주의자들이 보수고, 국가를 국민 후생의 수단으로 삼자는 이른바 민주주의자들이 진보다. 공교롭게도 미국에서는 보수를 정말 ‘공화주의자’ 라고 부른다.

 

  

자랑스런 리퍼블리컨들

 

 

공화주의자들의 삽질

 

기득권을 가진 여럿이서 이권을 갈라먹고 있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가 직면한 현실이다. 혁신, 시장, 프로세스, 공급사슬 어쩌고 하는 팬시한 용어들이 있고, 또 학술분야와 현업에서 이런 개념들이 유용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저런 것들을 공화주의자들의 입장에서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판짜기” 가 될 것이다. 그 “판”은 이해관계자들이 시장의 이익을 나누어 먹는 방식이니 “판”이야 말로 권력의 실체일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자신들이 짜놓은 “판”을 지키기 위해 삽질을 서슴치 않는다. 요즘은 ‘삽질’이라는 말이 진짜 삽 들고 땅파고 강파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지만, 여기서는 그런 삽질이 아닌 ‘뻘짓’ 이라는 의미다.

 

예를 들어보자. IT강국을 자처하는 아시아의 어느 나라에는 웃긴 게 있었는데, 핸드폰으로 음악을 들으려면 이통사가 운영하는 음악사이트에서 유료 음원을 다운 받는 수밖에 없었다. 이통사들 배를 불릴 수 있을 뿐 아니라, MP3플레이어, 핸드폰, PMP등의 시장으로 나뉘어 서로서로 콩고물을 받아먹고 있는 “판”을 깨뜨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누가 전기자동차를 죽였을까’라는 영화가 있다. GM이 만들었던 EV1이라는 전기차가 어떻게 미국에서 철저하게 사라졌는지에 대한 다큐영화다. 많은 분들이 이 영화를 봤을 테니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전기자동차가 자동차, 에너지, 철강 업체들이 짜놓은 판을 위협하기 때문에 축출해 버렸다는 말이다. 덕분에 현재 가장 성공적인 상용 전기자동차 업체는 중국의 ‘비야디’다.

 

역시 아시아의 IT강국에도 비슷한 예가 있다. 2000년대 초에 이 나라에는 휘발유 대용품인 ‘세녹스’라는게 있었다. 당시 법원에서도 ‘세녹스는 휘발유와 비교해 옥탄가가 약간 낮은 것 말고는 완전히 동일하다’고 했지만(딴지일보 기사 참고), 정유회사들이 짜놓은 "판“을 위협하기 때문에 축출됐다.

 

이런 사례는 찾아내면 끝이 없다. 책으로 엮어도 수십 권이 나올 거다. 위에 열거한 사례들은 사실 쥐나개나 아는 것들이니 더 알고 싶으면 직접 찾아보시라. 이런 사례 찾는 게 이 글 쓰는 목적은 아니니까 걍 넘어가자. 다음 단락에는 드디어 스티브잡스가 출연한다.

 

근데 스티브 잡스 나오기 전에 조금만 더 “판” 이야기를 해보자. mp3플레이어는 기술의 발전이 가벼운 악마의 기계이고, CD를 사야 정녕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 mp3파일을 구입하는 것이 CD를 사는 것 보다 가수에게는 안좋은 일일까.

 

이것 역시 판짜기에 관련된 문제라는 것은 당연지사다. 지금 우리나라의 음원시장은 공급자위주도, 소비자위주도 아닌 유통자위주다. 내가 이 분야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음반회사 기획사 이통사 같은 기업들을 비롯해서 무슨무슨 협회, 연합회 같은 단체들이 얽히고설킨 판이 짜여저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 PC시장의 판이 대충 어떻게 짜여 있는지를 생각해보자. MS와 인텔은 서로서로 시장을 창출해주며 20년 가까이를 군림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대표하는 이 두 회사의 농간에 사람들은 2년에 한 번씩 컴퓨터를 바꿈질 해야 했다. 컴퓨터로 일상생활을 영유하는 보통 사람들에게 이렇게 성능이 향상된 하드웨어를 100% 활용 할 수 있는 컨텐츠는 게임밖에 없다. 그리고 네트웍 속도도 비약적으로 빨라지는데 반해 컴퓨터로 고화질 영화라도 다운받아 보고 싶으면 범법자가 되는 수밖에 없다.(합법적인 영화 다운로드는 아직까지도 무척 제한적이다.)

 

IT산업의 시조격인 PC시장이 이모양이니 오로지 팔기위해, 시장을 지배하기 위해 물건을 만들어 팔고 거기에 들어갈 컨텐츠는 어떻게 할지 나몰라라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참으로 믿을 수 없는 사실이다. 컨텐츠를 활용 할 수 있는 기기와 유통 인프라도 마련이 돼있는데 그걸 활용해서 합법적으로 컨텐츠를 파는 사람은 없었던 것이다.

 

 

이단자 스티브 잡스

 

이런 와중에 스티브 잡스는 판깨기의 진수를 보여줬다. 애플은 아이팟의 점유율을 바탕으로 iTunes를 통해 판매되는 음원의 점유율은 최근 70%이상까지 끌어올렸다. 물론 해외의 이야기다. 뮤지션 입장에서는 굳이 다른 음반사 거치지 않아도 음원을 판매 할 수 있는 충분한 판로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다른 모든 기업이나 단체들의 이권이 끼어들 여지가 사라진다.

 

애플이 판매하는 기기는 결코 엄청난 스펙으로 무장한 것이 아니었다. ‘사용자 친화적’인 설계와 디자인이 각광받긴 했지만 그것은 전부다. 대신 애플은 자신들이 판매할 컨텐츠를 조성하는데 집중했다. 그리고 그 기기는 만들어진 컨텐츠를 활용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정도로 만들어졌다. 대단히 합리적인 것이다.

 

 

내가 이전 글에서 애플이 비싸다고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같은 기능을 가진 하드웨어를 전제로 한 것이다. 이 글을 참고하자

 

http://www.ddanzi.com/news/9138.html

 

애플 판깨기의 정수는 우리나라에서 벌어졌다. 우리나라는 아이폰이 들어오면서 위피를 포기하게 됐다. 위피는 말이 좋아 어플리케이션개발 표준이지 사실상 국내 이통사들과 단말기 제조업체들이 담합해서(혹은 정통부를 ‘구입’해서) 쳐놓은 일종의 비관세장벽이었다. SKT는 위피를 지속적으로 확장했지만 KT는 아이폰을 들여오면서 배신했다. 단말기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에서 KT만 배제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은 여기에 대한 일종의 응징이다. 그리고 근본적인 변화 없이 조금씩 바꾸면서 유명 연예인으로 팔아제끼는 국내 핸드폰 시장에 격변을 가져왔다. 드디어 한국에서도 짜여진 “판”에 의한 것이 아닌 진짜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액티브엑스로 떡칠된 우리나라 인터넷 환경에 대한 성토를 본격화 시킨 것은 리눅스도, OS도 아닌 아이폰이었다. 내가 수년간 리눅스 쓰면서 그토록 지랄을 했건만 기사하나 안 뜨더니.... 어쨌든 정말 대단하다.

 

이처럼 기존의 판에 개의치 않는 애플의 합리성은 소비자들을 열광시킨다. 이런 ‘사용자 지향’적인 합리성이야말로 우리에게 정말 필요했던 게 아닌가. , 단지 미적 취향이나 실용성 문제를 떠나서 국가 정책과도 연관되는 아주 중요한거다.

 

예를 하나 들자, 우리나라는 초등학교 학생들 전원에게 타블렛 피씨를 지급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수업을 IT화 하려는 야심찬 계획인데 이미 전국 수백개 학교에서 시범운용을 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사용하는 타블렛 피씨가 바로 이거다.

 

 

http://www.dcinside.com/webdc/goods/review.php?pid=7707

 

도대체 초등학생들 교보재로 쓰는 컴퓨터에 듀얼코어와 윈도7이 왜 필요한 걸까. 현재 교직에 종사하는 분의 증언을 들어보자.

 

“어떻게 보면 애들한테 쥐새끼 잡으라고 K3를 쥐여 준 셈이지....(중략)....일단 너무 산만해 짜증나”

 

아이패드와 같은 합리적인 제품이 정말 필요한 곳은 어쩌면 우리나라 초등학교다.

 

또 음악이나 앱스 시장을 봤을 때, 애플이 너무 많은 것을 가져간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제작자들 입장에서 보면 다른 어떤 유통채널보다 유리한 조건이다.

 

, 이 사실을 윗 단락에서 했던 얘기랑 연관지어보자. 스티브 잡스는 기존 기업들의 판을 깨부수고 오로지 자신만이 이익을 독점하는 새로운 구조를 창조해 냈다. 그리고 스티브 잡스의 전투력은 지구 최강이다. 이러한 구조는 시장을 장악하고 “판”을 짜고 이익을 나누어 먹는 ‘공화주의자’들에게는 최악의 시나리오인 반면 일반 사용자들이나 개발자(혹은 저작권자)들에게는 아주 행복한 시나리오다.

 

민초(소비자+개발자)와 개선장군 애플의 이해가 맞아 떨어지는 동시에 ‘공화주의자’들과는 대립하게 되는 시나리오다. 애플의 제품과 정책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국내 이통사와 단말기 제조사들을 까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2천년 전에 로마에서 벌어진 임페라투스와 ‘공화주의자’들의 대립이 현대에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 사실 이런 결론을 내리는게 좀 조심스럽다. 나도 소심해 진걸까.

 

일단 스티브 잡스를 카이사르와 같은 인물이라고 가정해 보자. 그럼 이사람의 득세가 과연 바람직한 일인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애플의 경영이 우리에게 보다 아름다운(?)세상에 대한 비전을 열어준 것은 사실이다. 소비자는 기업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합리적 필요에 의해 제품을 선택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나에게 능력만 있다면, 유통사 같은 곳에 찾아다닐 것 없이 내가 만든 컨텐츠를 배포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눈꼴시려운 기득권들을 까부수니 어찌 통쾌하다 하지 않을손가. 왓더 뷰리풀 21세기 이즈

 

그러나 스티브 잡스가 황제와 같은 자리에 오르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하기만 할 것 같지는 않다. 반대의 이유는 크게 세 가지이다.

 

1. 애플은 어디까지나 사기업이다

게다가 외국 기업이다. 삼성이 우리나라에서 대부노릇 하는 것도 안될 말이지만 삼성같은 회사가 애플 때문에 망하는 것도 안될 말이다. 막말로 미국 회사가 잘되든 말든 무슨 상관인가. 둘 다 똑같은 악당이라면 우리동네 악당이 더 잘되는게 장기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은 진리다.

 

2. 슈퍼파워의 출현은 좋지 않다

소련 붕괴되고 미국이 어떤 깽판을 쳤는지 생각해보자. 민초를 입장에서는 1인자를 견제 할 수 있는 2인자의 존재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미 MS에는 당할만큼 당하지 않았던가.

 

3. 더 나은 대안도 있다

아까 초등학교 이야기 나왔을 때 타블렛PC 대신 아이패드 쓰면 좋겠다고 생각하셨을 게다. 근데 나는 아이패드보다 이게 먼저 떠올랐다.

 

  

OLPC가 만든 XO-1

 

이걸 잘 모른다면 직접 찾아보시라. 이것도 아니라면 아이패드보다 저렴하고, 특정 기업에 구애받지 않는 다른 솔루션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애플이 ‘비교적’ 합리적이긴 하지만 최고로 합리적인 대안은 아닐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애플이 황제가 되기 어렵다는 나의 기존 입장에도 변함이 없다. 그 이유도 크게 세 가지다.

 

1. 폐쇄적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저번에 올린 글에 이미 충분히 써 놓았다고 생각한다. 비록 글 자체는 개판이지만...

 

2. 적이 너무 많다

애플은 전설적인 성공을 했지만 그 과정에서 너무 많은 적을 만들었다. 영원무궁토록 그들을 압도 할 수 없다는 것은 역사를 통해서 배울 수 있다.

 

3. 뭘 더 할 수 있을까

애플은 자신들이 배포하는 음원의 DRM을 제거했다. 이를 통해 애플이 의도하고 있는 향후 앱스토어의 향방을 유추해보자.

 

앱스토어의 압도적 우위 -> 컨텐츠를 HTML5로 전환 -> 다른 휴대기기에게도 앱스토어 개방

 

이렇게 가지 않을까?

 

애플의 전략을 요약해보면 시장에 충격을 주는 제품으로 새로운 컨텐츠 시장을 확보한 뒤, 그 제품이 심한 경쟁을 마주하게 되면 컨텐츠 위주로 돌아선다. 근데 이제 애플이 새로운 컨텐츠 시장을 창출 할 정도로 충격을 줄 수 있는 어떤 신제품을 또 내놓을 수 있느냐 말이다. 기껏해야 셋톱박스? 그러나 그 시장에서는 MS가 앞서나가고 있는 것 같다. 추락하지는 않겠지만 솟구치지도 않을 거다. 아마도 활공하겠지...

 

이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대충 다 한 것 같다. 또 쓰잘데없이 길어졌다. 결론적으로 나는 스티브 잡스를 참 존경한다. 그러나 그보다는 니콜라스 네그로폰테를 더 존경한다.

 

  

이 사람이 바로 네그로폰테

 

애플은 뛰어나고도 훌륭한 회사지만 그 만큼 위험하기도 하다. 존중받아 마땅하지만 신봉하기엔 왠지 찝찝하다. 위피의 경우로 봤을 때 한국의 정보통신 관련 법률 따위는 애플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뜯어고칠 수 있는거다!! 왠지 섬뜩하지 않은가? 정말, , 완전 카이사르다.

 

 

스티브 잡스를 배우고 싶으면 해적이 돼라

 

이건 완전 사족이다. 스티브잡스를 롤모델로 삼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특히 학생들한테 정말 하고 싶은 말이다. 스티브 잡스가 훌륭하네 어쩌네 하면서 나도 그 사람처럼 되고 싶다는 학생들은 정말 많다. 그러나 스티브 잡스가 질서의 파괴자이며, 주류에 저항하는 자이며, 대학 졸업장이 없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너무 간과하는 것 같다. 스티브 잡스처럼 강박적인 혁신성과, 망상적인 야망을 가지기는 커녕, 꿈꾸고 경험하는 것을 다 집어치우고 도서관에서 토익공부나 하고 있으면서 스티브잡스처럼 되고 싶네 마네 하는 게 정말 가소롭다. 당장 모조리 때려치우고라도 꿈을 좇을 수 있는 배짱이 없다면 스티브잡스 롤모델드립은 제발 집어치워라. 그리고 정말 그처럼 되고 싶다면 취업준비 때려치우고 세상에 나가라. 기껏 삼성 말단직원을 최고 목표로 삼으면서 어떻게 감히 애플의 창업자를 롤모델로 삼는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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