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두루 두루

영화 '두개의 문' 그리고 두개의 기록 ◆ 고미생각

노하우업 2012. 6. 22. 16:53






안녕하세요? 고미생각입니다. ^^;;

 

1.

 

용산참사를 다룬 영화 두 개의 문이 오늘부터 전국에 개봉되었습니다. 첫날부터 매진 소식이 들려오고 지방의 개봉관에서도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기쁘고 감사한 일입니다.

 

두 개의 문은 단순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아닙니다. 지금도 끝나지 않은 용산참사를 다룬 이 영화는 길게 보면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쌍용차 문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저는 두 개의 문을 직접 관람할 수는 없습니다. (이유를 아시는 분은 아실 것이기 때문에 따로 말씀드리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제가 알고 있기로 두 개의 문의 편집 의도상 자막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오늘 포스팅은 바로 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2.

 

제 블로그의 이름은 'archivistory'입니다. 이름에서 짐작하셨겠지만 이 말은 기록관리요원을 뜻하는 'archivist'와 역사의 'history'를 결합한 단어입니다. 다시 말해 '기록과 역사'가 이 블로그의 주된 테마가 된다는 뜻입니다. 이외에도 이 블로그는 2개의 메인 테마가 같이 연동합니다. 바로 ‘사실과 판단’, ‘개인과 집단’입니다. 일종의 삼위일체인 셈이죠. ^^;

 

그렇다면 왜 저는 그 하고 많은 테마 중에서 이런 주제들을 이 블로그의 주된 테마로 잡았을까요? 이 얘기는 차후에 다른 포스팅을 통해 자세히 다룰 생각이고요. 우선 이 글에서는 간략하게 설명을 드리는 정도로 넘어가겠습니다.

 

오늘 오후에 저는 트위터를 통해 이런 말씀을 드린 바 있습니다.

 

“사람이 잘못을 반복하고 역사가 되풀이 되는 이유는 과거에서 배우는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 하는 한 과거의 역사는 지금의 시사로 탈바꿈한다. 시사글을 일회용으로 소비해서는 안되는 이유다.

 

많은 분들이 착각하시는 대목입니다만 역사라는 것은 최소 50년 전의 캐캐묵은 옛날 사실에 대해서 고매하신 학자님이 강독을 하는 학문이 아닙니다. 물론 이것이 역사가 아니라는 말은 아닙니다. 다만 적어도 오늘을 사는 생활인들에게 역사라고 하는 것은 박제된 과거의 사실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생생한 오늘과 내일을 알기 위한 지침으로 삼을 수 있다는 사실을 말씀드리고 싶은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짧게는 어제, 일주일 전. 한달 전. 1년 전의 기록이라고 하더라도 그 기록을 통해 지금의 현실과 내일의 미래를 이해하고 깨닫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기록과 역사의 올바른 가치요 쓰임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우리가 보고 듣고 읽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기록을 소중히 여기게 되면 그 기록을 통해서 과거를 보고 현재를 알게 되며 미래를 가늠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란 무엇인가‘를 저술한 E.H.Carr는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정의한 바 있습니다만 저 고미생각은 “역사란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대화”라고 생각한다고 말씀드린 것입니다.

 

그렇다면 기록과 역사에 대한 이 장황한 얘기가 왜 필요할까요? 이제부터 인용할 두 개의 이야기를 위한 도입부로서의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지금부터 보실 글은 두개입니다.

하나는 노무현 대통령의 2005년 광복절 경축사 전문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 경축사에서 ‘국가권력의 남용 문제는 절대로 가볍게 넘어가지 않겠다’라고 공식적으로 천명합니다. (경축사 내용이 다소 길기 때문에 파란색으로 강조해두었습니다.) 그리고 이후 노무현 대통령은 2005 11월 수입개방에 항의하는 농민 시위 도중에 농민 2명이 사망한 사건에 대해 "이례적"으로 사과문을 발표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이 '두 개의 기록'이 영화 ‘두 개의 문’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덧말..

국가권력 남용 문제에 대한 언급 외에도 노무현 2005년 광복절 축사를 찬찬히 읽어보시면 이 얘기가 지금 2012년의 대한민국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는지 느끼는 바가 많으실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2012년 6월 22 오후 10 35 내용 추가> 

아프로만님께서 정치인과 연예인의 핵심차이는 '합법적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공권력'을 다루는 분야이기 때문에 신뢰와 책임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주셨습니다. 옳은 말씀입니다. 하여 이 부분에 대한 내용을 좀 더 보강하고자 관련 칼럼 몇 개를 추가 인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점이 '연예인류' '정치인' 의 핵심차이다.

 

연예인류? 소설가? 언론인? 비평가? 인기와 관심을 먹고 사는 직종이다. 인기와 관심은 이들의 '밥벌이'. 이들은 인기성 발언으로 또는 소신있는 돌출행동으로 많은 관심과 성원의 박수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가지고 정치적인 책임을 묻지는 않는다. <개인 의사표현의 자유~> 라는 만능의 방패뒤에 언제든지 쏙~ 숨어 버릴 수 있다. 책임은 오직 개인범주에 한정된다.

 

개인적 자유는 누리되 집단에 대한 책임은 없다. 그러나 집단에 대한 영향력은 행사하려 한다. 이게 무슨 의미인 줄 아는 가? 이들의 <행태>야말로 또 다른 '신자유주의' 전도사들이다.

 

(중략)

 

정치인도 인기와 관심을 <마케팅>해야만 대중 유권자의 표를 벌 수 있다. 그 영업(?)활동 <행태>만 놓고 보면 연예인류와 전혀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연예인은 그 행태의 책임 범주가 개인이다. 국민 개인별로 웃거나 화내거나 받아들이고 안 받아들이고는 순전히 개인의 마음이다. 그러나 정치인의 행태는 그 결과의 대상이 애당초 '집단' 이다. 받아들이고 안 받아들이고 개인 멋대로 정하는 게 아니다. 그 결과가 공적인 강제력을 갖는다. 책임의 차원이 아예 다른 것이다.

 

연예인과 정치인 차이의 핵심은 '개인'이 아니라 애당초 '집단'을 대상으로 강제되는 <정치적 책임>을 담보하고 계승한다는 점이다 - 이것이 정당(政黨, Party)이다.

 

▶ 관련칼럼 : 가카가 만든 괴물, 안철수와 나꼼수 (아프로만 / 노하우업 / 2012년 4월 9)

- http://cafe.daum.net/knowhowup/Dnqf/286

 

 

 

유시민:

 

3월초 총선전에 당내 경선 부정을 감지 했음에도 그 즉시 밝히지 못 한 이유는, 바로 그러한 '책임'때문이다.

 

즉각적인 전면조사의 물리적 시간도 없는 상태에서 의심만 가지고서 통진당의 총선참여를 중지 시키는 것은 야권연대 나아가 전체야권에 대해 책임질 방법이 없는 문제다.

 

나중에 총선 끝나고 부정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 약속대로 (규명)한 것이다.

 

당이란 사람을 키우고 국민 속에서 인정받는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 하는 게 정당이다. =책임정당

 

당이 제대로 서지 못하면 국민 앞에 못 나갑니다. = 책임정당

다른 정당을 어떻게 비판하고, 국민한테 표 달라고 하나? = 책임정당

 

▶ 인용출처 : [논평] 유시민- 통진당 문제핵심은 민주주의 [백지연 12-06-07] / 아프로만

- http://cafe.daum.net/knowhowup/Dnqf/415

 

 

▶ 관련칼럼: 가카가 만들어낸 괴물 나꼼수와 안철수 / 아프로만

- http://cafe.daum.net/knowhowup/Dnqf/286

 

'정당'이란 무엇인가?  '정책' 이라고? 틀렸다.

 

대부분의 국민들, 심지어 교수같은 식자층마저도 '정당=정책' 을 동치 시킨다. 이거 착각이다.

정책을 만들어내는 것은 '삼성경제연구원' 이나 '사회단체' 심지어 '교수' 한 사람도 만들어 낼수 있다.

 

정당이란 무엇인가? 정책을 산출 및 수렴하는 '과정 과 절차' 구조다.

이 구조가 있어야만 온전히 정치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이다.

 

'신뢰' 는 어디에서 나오는가?  '책임' 에서 나온다.

'정당정치' = '책임정치'.

 

 

 

 고미생각 드림 / 2012-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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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티스토리 블로그: http://archivistory.tistory.com/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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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대국민 사과문 전문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시위도중에 사망한 전용철 홍덕표 두분의 사인이 경찰의 과잉행위에 의한 결과라는 인권위 발표가 있었습니다. 경찰은 이 조사결과를 수용한다는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국민여러분께 머리숙여 사죄드립니다. 그리고 돌아가신 두분의 명복을 빕니다.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리고 아울러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인권위 권고에 따라 정부는 책임자를 가려내서 응분의 책임을 지우고,피해자들에 대해서는 적절한 절차를 거쳐서 국가가 배상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시는 이런일 발생 않도록 한번더 다짐하고 교육하겠습니다.

 

제 사과에 대해서는, 폭력시위에도 불구하고 위험을 감수하면서 힘들게 직무를 수행하는 경찰 관계자들의 불만과 우려가 있을 수 있을 겁니다. 특히 전경으로 자식을 보낸 부모님 중에 이런 분들도 계실겁니다. 또 공권력도 사람이 행사하는 일이라,사람이 이성을 잃을수도 있는데,폭력시위를 주도하는 분들이 이같은 원인된 상황을 스스로 조성했는데도 경찰 책임만 묻는 것은 지나치다고 비판하는 분들도 계실겁니다.

 

그러나 공권력은 특수한 권력입니다. 정도를 넘어 공권력 행사가 남용될 경우 국민에게 미칠 피해가 매우 치명석이고 심각합니다. 공권력은 침착하고 냉정하게 행사되도록 통제되지 않으면 안됩니다.

 

공권력의 책임은 특별히 무겁게 다뤄야하는 것입니다. 이점을 공직사회 모두에 다시한번 명백히 하고자 합니다.

 

아울러, 쇠파이프를 마구 휘두르는 폭력시위가 없었다면 불행한 결과도 없었을 거라는 점입니다. 이 점에 관해서는 정부와 시민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논의하겠습니다. 정부도 이전과는 다른 대책을 마련하겠습니다.

 

국민여러분,다시한번 송구스럽다는 말씀과 함께,이런 일이 다시 생기지 않게 하겠다는 철저한 다짐을 드립니다

 

2005 12 27

대통령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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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주년 광복절 경축사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해외동포 여러분,

 

60년 전 오늘, 우리는 빼앗긴 나라를 되찾았습니다. 그로부터 60, 우리는 세계 속의 한국으로 우뚝 섰습니다. 그리고 희망찬 내일을 향해 힘차게 달려가고 있습니다. 우리의 이 모습을 선열들께서도 기뻐하실 것입니다.

 

뜻깊은 이 날을 맞아 민족의 자주독립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신 애국선열들께 머리 숙여 경의를 표합니다. 피와 땀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어 오신 국민 여러분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국민 여러분,

 

해마다 광복절 경축사는 미래를 향한 새로운 희망과 계획을 말하고 다짐하는 데 중심을 두었습니다. 그러나 오늘 저는 지난날의 어두운 이야기로 경축사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역사의 과오를 돌이켜보며 다시는 같은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후일의 경계로 삼아야 할 일이 무엇인지 되짚어 보자는 뜻입니다.

 

우리나라가 식민지가 된 근본적인 원인은 당시 세계를 휩쓸었던 제국주의 질서 때문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제국주의의 파고가 거세었다 할지라도 우리 내부에 이를 이겨낼 만한 준비가 되어 있었다면 나라를 빼앗기지는 않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흔히들 우리 선조들이 세계정세에 어두웠다고들 합니다. 물론 그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정세를 미리 내다보고 나라를 살리기 위한 대안을 내놓은 선각자들이 있었지만 어느 대책도 성공할 수 없었습니다. 나라가 힘이 없고 분열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떤 대책을 세운다 해도 이를 실행할 만한 국력이 없었고 그나마 편을 갈라서 싸우느라 힘을 모을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나라의 힘을 기르지 못한 것은 어떤 변화도 용납하지 않았던 지배체제와 이에 결합한 기득권체제 때문이었습니다. 지배세력은 배타적이고 독선적인 사상체계에 매몰되어 다른 사상과 제도를 배척하였고, 새로운 생각을 말하는 사람들의 목숨마저도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명분은 당당했지만 불행하게도 결론은 언제나 기득권체제를 옹호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들 상호간에도 권력을 놓고 목숨을 건 투쟁을 일삼았습니다. 정교한 사상체계도 노골적인 권력투쟁의 도구로 이용되었습니다. 지배세력 스스로 분열해 버린 것입니다.

 

권력을 견제할 반대자마저 철저히 배제한 지배세력은 끝없는 부정부패와 가렴주구로 백성들을 도탄으로 밀어넣었습니다. 삶의 뿌리가 뽑혀버린 백성들이 지배세력을 불신하고 따르지 않게 되었으니 백성과 지배세력이 갈라져 버린 것입니다.

 

지배세력의 완고한 기득권과 독선적인 사상체계, 부정부패와 목숨을 건 권력투쟁, 그리고 그로 인한 분열과 대립이 나라를 피폐하게 하고 끝내는 망국에 이르게 한 내부의 원인이 된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먼 훗날 우리 후손들이 오늘날의 역사를 보고 우리가 세계정세에 어두웠다고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저는 역대 정부가 냉전체제 붕괴 이후의 변화하는 세계질서에 잘 대처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우리 국민은 한반도와 주변질서에 능동적으로 대처해나갈 것입니다. 그럴만한 충분한 안목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력이 모자라서 나라가 위태롭게 되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우수한 인재의 양성은 더욱 가속화될 것입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도 더욱 발전할 것입니다. 그 위에서 우리 국민은 창의와 다양성을 꽃피울 것입니다. 능히 나라를 지킬만한 자주국방 역량도 갖추어가고 있습니다.

 

어떤 독선적인 사상체계도 이상 더 우리 사회의 변화를 가로막지는 못할 것입니다. 또다시 독재체제가 나타나서 국민의 인권을 짓밟고 자유를 억압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국가기관의 불법행위와 정경유착, 권언유착도 이제는 과거의 일이 될 것입니다.

 

지금도 여러가지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국민 여러분을 분노케 하고 있지만 실상은 모두 지난날의 일들입니다. 앞으로 어떤 사건들이 또 불거져 나올지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 시간 이후의 사건은 아닐 것입니다. 더 이상 이런 부정한 방법으로 특권과 특혜를 누리거나 경쟁에서 불공정한 이익을 얻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국민 여러분,

 

유감스럽게도 아직 자신있게 말하기 어려운 일도 있습니다. 우리 역사에 뿌리깊이 내려온 분열은 얼마나 극복되었으며 앞으로 또다른 분열의 소지는 없을 것인지, 그리고 이로 인해 나라가 다시 위기에 빠지는 일은 없을 것인지 묻는다면, 자신있게 그렇지 않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크게 세 가지 분열의 요인을 안고 있습니다. 그 하나는 역사로부터 물려받은 분열의 상처이고, 그 둘은 정치 과정에서 생긴 분열의 구조이며, 그 셋은 경제적 사회적 불균형과 격차로부터 생길지도 모르는 분열의 우려입니다.

 

나라를 지속적인 발전의 토대 위에 단단하게 올려놓기 위해서, 그리고 또다시  나라가 위기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우리는 반드시 이 분열과 갈등의 원인과 구조를 해소해야 합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가 역사에서 물려받은 분열의 상처는 친일과 항일, 좌익과 우익, 그리고 독재시대의 억압과 저항의 과정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 시대 역사에 대한 올바른 정리와 청산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친일의 역사로부터 비롯된 분열과 갈등이 광복 60년이 지난 오늘에 이르도록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해방은 되었으나 좌우 대결에 매몰되어 친일세력의 득세를 용납하였고, 그 결과로 친일세력을 단죄하기는커녕 역사의 진실조차 밝히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작년에는 우리 국회가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 특별법’을 만들고, 올해에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기본법’을 만들어서 그동안 미루어 왔던 친일 반민족행위의 진상을 밝히고 아직도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독립운동사의 나머지 한 쪽도 밝힐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일이 제대로 마무리되면 과거 식민지 역사에서 비롯된 우리 사회의 분열과 갈등은 정리되는 국면으로 들어서게 될 것입니다.

 

국회에 계류 중인 ‘친일 반민족행위자 재산환수에 관한 특별법’까지 통과되면 친일 반민족행위자들이 나라와 민족을 팔아서 치부한 재산을 그 후손들이 누리는 역사의 부조리도 해소될 것입니다.

 

해방 후, 좌우의 대립과 독재·반독재간의 오랜 대결도 갈등과 대립의 문화를 남겨놓았습니다.

 

좌우익은 서로를 용납하기 어려운 가치체계를 가지고 테러와 학살까지 일삼았습니다. 독재정권도 도청과 감시, 체포와 투옥, 고문과 협박도 모자라서 마침내는 죄 없는 사람에게 죄를 만들어 죽이기까지 했습니다. 자연히 여야의 정치적 대립과 반독재 운동도 타협을 허락하지 않는 투쟁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도 여야가 서로를 인정하지 않고, 대화와 타협을 변절과 야합으로 생각하는 사고가 우리 정치를 지배하고 있는 것도 관용을 모르는 대결 문화의 잔재일 것입니다. 우리가 이 문화를 극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만큼 민주주의 발전은 지체될 것입니다.

 

이러한 문화적인 잔재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아직도 진상이 규명되지 않은 사건들이 많이 남아 있고, 그에 따라 피해자들의 상처가 치유되지 못했으며 국가의 책임도 끝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다행히 이 또한 과거사정리기본법을 통해 진상규명과 역사적인 정리를 할 수 있게 되었으니 참으로 잘된 일이라 하겠습니다. 다만 이 청산의 과정에는 몇 가지 유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우선, 피해당하고 고통받은 사람들의 상처를 치유하여 진정한 화해를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자면 먼저 철저한 진상규명과 사과, 배상 또는 보상, 그리고 명예회복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다음으로, 국가권력의 정당성과 신뢰를 회복하도록 해야 합니다. 국민에 대한 국가기관의 불법행위로 국가의 도덕성과 신뢰가 크게 훼손되었습니다. 국가는 스스로 앞장서서 진상을 밝히고 사과하고, 배상이나 보상의 책임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과거사정리기본법에 규정이 있고, 올 연말에 출범할 과거사정리위원회가 타당성 있고 형평에 맞는 기준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래도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이를 보완하는 법을 만드는 방안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입법을 할 경우에는 확정판결에 대해서도 보다 융통성 있는 재심이 가능하도록 해서 억울한 피해자들이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면 더욱 좋을 것입니다.

 

이에 더해서 국가권력을 남용하여 국민의 인권과 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한 범죄, 그리고 이로 인해 인권을 침해당한 사람들의 배상과 보상에 대해서는 민·형사 시효의 적용을 배제하거나 조정하는 법률도 만들어야 합니다. 더 이상 국가권력을 남용하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빼앗아 놓고 나 몰라라 하고 심지어는 큰소리까지 치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그래야 국가의 신뢰를 회복하고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을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정치 과정에서 생긴 우리 사회의 분열구조는 지역구도와 대결적 정치문화입니다. 이 구조와 문화가 해소되기 전에는 끊임없는 분열과 대립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입니다.

 

지역구도는 민주주의를 왜곡합니다. 민주주의의 기본은 선거입니다. 선거에서 민의가 왜곡되면 민주주의도 왜곡됩니다. 지난날 군사독재는 민의를 왜곡하기 위해 지역감정을 동원했습니다. 그것이 87년 대통령선거와 90 3당합당을 거치면서 지역구도로 굳어버렸습니다. 그 구조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역구도는 합리적인 국정운영을 불가능하게 합니다. 정당이 이념과 정책이 아니라 지역으로 나뉘어져 있으니 국회가 정책 토론장이 아닌 감정대결의 장이 되어버립니다. 인사도 예산도 사업도 모두 지역대결, 지역안배로 해석됩니다. 적재적소와 효율과 원칙이 흔들립니다. 설사 흔들리지 않더라도 신뢰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그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지역구도가 국민을 분열시킨다는 것입니다. 선거 때만 되면 정치인들은 불신과 적대감을 부추깁니다. 국회에 가면 끊임없이 지역차별을 이야기합니다. 언론에는 지역적인 정치구도와 지역소외 이야기가 그치지 않습니다. 지역 민심에 의혹과 분노가 쌓입니다. 선거에서 이보다 더 좋은 수단이 없으니 정치인들은 계속 지역감정을 자극하게 됩니다.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입니다. 합리적인 근거도 없는 일로 불신하고 적대하니 이로 인한 갈등은 풀어낼 방법도 없습니다. 지역구도의 폐해와 부당성을 말하자면 한이 없습니다.

 

우선 선거제도를 고쳐야 합니다. 그런다고 단번에 지역감정이 해결되는 것은 아닐지라도 정치의 지역구도는 해소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정치적 선동으로 갈등을 확대재생산하는 악순환의 고리는 끊어버릴 수 있습니다.

 

모든 정치인들이 지역구도를 옳지 않다고 하는 데도 선거제도는 고쳐지지 않고 있습니다. 지역구도가 정치적 기득권이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정치인 여러분이 결단해야 합니다. 지금과 같은 갈등과 분열의 구도를 가지고는 나라가 발전할 수 없습니다.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제대로 대처할 수도 없습니다. 나라를 발전시키기 위해 정권을 잡겠다고 하기 전에 나라의 큰 병부터 먼저 고치는 것이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들의 도리일 것입니다. 과감하게 기득권을 포기하는 용기와 결단으로 나라의 미래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합니다.

 

국민 여러분,

 

경제적 사회적 불균형은 나라의 장래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계층간, 지역간, 기업규모간의 소득과 재산, 그리고 지식정보와 기회의 격차가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양극화가 이대로 진행되면 감당하기 어려운 갈등과 분열의 원인이 되고 지속적인 성장기반마저 무너뜨릴 수도 있습니다.

 

정부는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경제를 활력있고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급격한 경기변동은 격차를 더 벌릴 뿐 아니라 어려운 사람들을 더욱 어렵게 하기 때문입니다. 당장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사회안전망을 확충해 나갈 것입니다. 긴급지원을 확대하고 개인이나 가정이 감당하기 어려운 곤경은 국가가 덜어드릴 것입니다. 일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직업능력을 향상시키고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교육정책도 세계 일류의 인재양성과 함께 모든 사람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는 데 역점을 두어 나갈 것입니다.

 

정부의 힘만으로 문제를 다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기업과 국민 모두가 우리 경제를 살리고 함께 사는 도리를 생각해야 합니다.

 

기업은 연구개발 투자를 더욱 늘려야 합니다. 세계시장의 활력은 높아지고 있지만, 이와 함께 구조적인 불확실성도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것을 뚫고 나가려면 연구개발을 통해 시장을 넓히는 수밖에 없습니다. 국내투자도 늘려야 합니다. 국내의 기반 없이 해외에서만 성공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수출만으로 우리 경제가 계속 성장할 수는 없습니다. 내수기반을 키워야 합니다. 그러자면 국내에 일자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수출로 벌어들인 돈이 일자리를 통해 돌게 하고 국민들의 소비를 통해 내수경제를 살려야 합니다.

 

기업은 인재를 키워야 합니다. 우수한 인재를 골라 쓰는 데만 치중하고 기르는 데는 인색한 기업이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갖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이미 인재가 경쟁력인 시대로 들어섰습니다. 비정규직이 늘어나 소득이 줄고 그 결과로 생산성이 낮아지고 다시 일자리가 줄어드는 악순환의 구조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한창 일할 나이에 직장에서 물러나 출근시간에 갈 곳이 없는 사람들이 넘치는 사회에서는 경제도 기업도 성공할 수가 없습니다. 정부도 기업도 정규직을 늘리고 경력자를 최대한 활용하는 경영전략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노동조합도 이제 결단해야 합니다. 기업이 어려움에 처해도 정리해고가 어려운 제도 아래서, 비정규직과 대다수 노동자들이 오히려 피해를 보고 있는 현실입니다. 막강한 조직력으로 강력한 고용보호를 받고 있는 대기업 노동조합이 기득권을 포기하는 과감한 결단을 해야 합니다. 노동조합은 해고의 유연성을 열어주는 한편, 정부와 기업은 정규직 채용을 늘리고 다양한 고용기회를 만들어주는 대타협을 이뤄내야 할 것입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협력도 반드시 성공해야 합니다. 기업인뿐만 아니라 대기업 노동자 여러분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드립니다.

 

국가 균형발전 정책도 그 동안 기업과 공공기관, 그리고 지자체의 협력 덕분에 많은 진전이 있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과 동참을 바랍니다.

 

이 모두가 당장의 이익에는 맞지 않는 일들입니다. 그러나 멀리 보면 스스로를 위한 일입니다. 멀리 내다보아야 합니다. 크게 보아야 합니다. 지금까지 생각은 많았지만 미처 결심하지 못하고 실천하지 못한 일입니다. 결단이 필요한 일입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 국민은 창의와 경쟁, 땀과 열정에서 세계 최고의 역량을 보여주었습니다.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일도 이미 성공의 길로 들어서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화와 타협, 양보와 협력에 있어서는 아직 모자랍니다.

 

이제 결단해야 합니다. 내가 결단하지 않으면 남을 움직일 수 없고 세상을 바꿀 수가 없습니다. 결단은 새로운 기회를 열어줄 것입니다. 결단하는 그 사람과 우리 모두의 운명을 새롭게 바꿔줄 것입니다.

 

역사는 고비마다 우리에게 새로운 소명을 부여했습니다. 일제하에서는 독립국가 건설이, 산업화시대에는 가난극복이 소명으로 주어졌습니다. 7080년대에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민주화를 위해 거리로 나섰습니다.

 

역사는 지금 또 하나의 소명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바로 분열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고 국민통합의 시대를 열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분단시대를 극복하고 평화와 번영의 통일시대를 맞이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드는 일이기도 합니다. 저는 국민 여러분과 함께 이 역사적 과업을 완수해내고자 합니다.

 

우리 모두 힘과 지혜를 모읍시다. 광복 60주년을 경축하는 오늘 이 자리를 진정한 화해와 통합의 출발점으로 삼읍시다.

 

 

2005 8 15

대통령 무현